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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종로반. 6. 03, 목)    
글쓴이 : 봉혜선    21-06-08 12:04    조회 : 4,407

문화인문학실전수필(6. 03,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종로반)

 

1. 강의

 가) 텍스트(Text)와 서브텍스트(Sub-text)

   주된 이야기(겉 이야기, Text, Structure)와 보조 이야기(숨은 이야기, Sub-text, Sub-structure) 두 개의 이미지와 정황이 겹치며 하나의 주제를 향하는 고난도(?) 글쓰기 기법. 보조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는 점에 깊이와 강렬한 여운이 있다.

 ) 수필 작품의 예

   -텍스트: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마음에 둔 여성에게 작업을 시도.

   -서브텍스트: 엄혹한 시대와 역사인식, 사회적 책무에 대한 부끄러움.

  싱그러운 오월 어느 날 작가의 가슴에는 사랑이 다가온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만난 여인(지금의 아내)이다. 작가는 그녀 옆에 앉아 부끄러워하면서 쭈빗쭈빗 말 건넬 기회를 엿본다. 그때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소식을 전하는 속보다. 작가의 마음은 본디 부끄러움에 외부로부터 촉발된 또 다른 의미의 부끄러움이 섞여 소용돌이친다. 작가는 그 여인을 깜빡 잊고 있다가 내릴 때야 비로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부끄러운, 참으로 부끄러운 날이에요, 그렇죠?’ ”-<오월의 노래>(김창식)

  -그 밖의 표현들

  아시나요? 오월의 나무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산다는 걸. 바람이 일 때마다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차르르르 초록 물고기 떼처럼 반짝여요.”

 “여린 나뭇잎들이 반짝임을 멈추었어요. 나뭇잎들이 죽은 물고기(死魚)떼처럼 떨어져 내리며 수근거려요.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그해 말 통근버스에서 만난 그녀와 결혼을 했죠.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고 스산한 바람이 일며 긴 호루라기 소리를 내던 11월 하순 어느 날이었죠

 “*루나 예나!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서 푸르게 빛나던 오월의 젊음을 보아요

 “오월이여/부디 너의 노래 들려다오/우레보다 더 큰 침묵의 노래를/**‘한바탕 웃음으로모른 체 하려는 내게.”

   *<루나 예나(Luna Llena)>: 만월(滿月)이라는 뜻. 라틴 그룹 로스 트레스 디아망테스가 부른 비가(悲歌). 우리나라에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애틋하고 사랑스런 제목으로 널리 알려짐.

 **<한바탕 웃음으로>: 이선희가 부른 노래. 가사를 음미해보면 5.18 민주화항쟁과 맥이 닿아 있다.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하기엔/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2. 합평

  <노랑나비 흰나비>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주제로 향한다. 제목은 작품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나비야 청산가자.

 

 <인사이드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 종합 선물 세트(비평서). 비논리적인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세계에 체계를 부여. 코로나19로 배달이 늦어졌다.

 

3. 동정

 상임고문이며 러시아반 반장 겸 종로반 명예’(라고 쓰고 영예라고 읽는다)회원인 정진희님의 참석으로 합평 분위기가 아연 활기를 띠었다묻는 말 한 마디에 기존 회원들의 얼굴이 홍조를 띠고 가슴이 펴졌다. 합평작이 왜 이리 많아요?”  


봉혜선   21-06-08 13:49
    
숨은 이야기. 감춰진 이야기. 성큼성큼 문인의 발자국을 떼자. 한바탕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
차성기   21-06-08 20:10
    
수준높은 후기 감사합니다. 정진희 고문님이 오셔서 더 뜻깊은 모임이었습니다.
윤기정   21-06-09 00:51
    
수고. 눈이 불편해서 줄임
김순자   21-06-09 05:53
    
문학은 시간 예술, 그 시절 그 때 마음에 드는 이지적인 여성과의 첫 대화, 문학처럼 에술처럼, 삶의 깊은 뜻 이루소서. 듣기만 해도 싱그러운 말 초록 물고기 떼가 오월 바람에 차르르르 반짝 반짝 빛나듯이~~~
봉혜선   21-06-14 15:57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농작물처럼 회원 간 숨은 이야기가 나오는 댓글난입니다.  요즘 하지 못하지만  참석 도장 찍는 회식 자리처럼 맛있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 우리반 짜요 加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