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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너무 정색을 하고 쓰지마라(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문제원    21-01-17 10:02    조회 : 4,668

[2021. 1월. 교수님 합평 정리]

 

 

1. 참 재미있는 글이다. 수필을 이렇게도 써야 한다. 아주 재미있는 글이에요. 이 글을 보면 작가가 평소에도 상당히 재치 있게 대화를 하면서, 차 한 잔 하면 참 재미있을 사람 같지 않아요? 대화하다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그 재미있는 내용대로 쓰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들 대화할 때는 재밌게 얘기해 놓고는, 글 쓸 때는 잊어버리고 정색을 하고 엄숙하게 쓰려고 하거든요. 그런 글 쓰는 자세부터 바꿔야 합니다.

 

2. 수필이라는 것이 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한글로, 한문도 되도록 안 쓰고 꼭 필요한 한문만 쓰고, 영어도 마찬가지로 넣을 필요가 없다. 병기한다면 처음 들어봤다거나, 한자로 표기해 주지 않으면 의미를 오해 할 수 있는 경우같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 줘라.

 

3. 글에서 경어체를 쓸 때는 경어체를 쓸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회의 문제나 내가 살아온 얘기를 할 때는 경어체를 쓸 필요가 없다.

 

4. 사르트르나 보부와르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안다고 생각되는 유명한 사람들은 형용을 붙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단 잘 모르는, 최근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가다. 그런 경우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5. 모든 글을 쓸 때 다 마찬가지이지만, 때를 말 할 때 어제, 오늘 같은 단어는 아예 쓰지를 마라. 왜냐하면 써 놓은 글이 언제 발표 될지도 모르고, 나중에 매체에 실리면 사람들이 과거의 일인데도 그때의 일인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6. 글에서 주제가 중요하긴 한데, 주제가 없어도 되는 것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의 추억. 그건 주제가 없어요. 물론 주제를 가지고 추억을 말하면 좋긴 하지만, 어렸을 때의 추억을 묘사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거든요. 그런 글에다가 주제를 넣어서 글을 쓰면 오히려 어색하고 서정미가 떨어집니다.

 

7. 합평이 잘되는 예는 뭐냐면 작가가 말하고, 그럼 누군가 반박을 하지요. 그러면 여러분은 그냥 앞으로 참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안 되고, 여러분 스스로가 반박을 해야 해요.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썼다. 그럼 또 반박을 해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논쟁술이거든요. 그렇게 해봐야 정말 글 쓸 때, 문장 하나 쓸 때 마다 내가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이렇게 반론을 하겠지. 예상하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논쟁한다고 의가 상하거나 우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합평을 하세요. 소설반 합평은 치열합니다. 싸움이 나고, 큰 소리로 삿대질도 합니다. 그래도 끝나면 대포 한 잔 하면서 풀어버리면 우정도 더 커지고. 물론 쓰는 사람들의 성격상 수필반 합평이 제일 얌전하기는 합니다만.

 

8. <오늘 점심시간에 잘 아는 김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라는 문장에서, ‘잘 아는’ 이란 표현 대신에 김 선생이 어떤 사람이라는 설명을 앞에다 넣어줘야 한다.

 

9. 애완견 때문에 아이가 다칠 뻔 했던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썼다. 자기 개가 다른 사람보다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애야 다치던 말 던 내 개가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어요. 우리사회에 공존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설득하려 하면 안 돼요. 설득하려하면 논설이 되고, 아무리 설득력 있게 써도 그 사람들이 넘어오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에피소드를 쓸 때는 내가 겪었던 것에 한정해 가지고, 내 인생관이 들어가게 쓰면 된다. 그러니까 사람이 더 소중하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라는 정도로 써주고, 그것은 작가의 인생관이기 때문에 누구도 건들 수 없다.

 

10. 수필에 이런저런 객담이 좀 들어가야 해요. 그래야 독자들이 좀 재미가 나지. 이런 저런 몸조심. 말조심. 그렇게 정색을 해가지고 글을 쓰면 글이 재미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