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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꿈꿀 권리가 있다(잠실반)    
글쓴이 : 김성은    20-07-28 08:43    조회 : 5,002
얼마 뒤면(After a While) _ Veronica A. Shoffstall

얼마 뒤면 너는 배울 거야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너는 배울 거야
사랑은 기대는 게 아니고
함께 한다고 늘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것을.
너는 배우기 시작할 거야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니란 것을.
너는 패배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거야
머리를 쳐들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울지 않고 여인처럼 우아하게.
너는 배울 거야
너의 모든 길을 오늘에다 닦는 걸
내일의 땅은 계획을 세우기에 너무 불확실하고
미래들은 흔히 날다가 떨어지니까.
얼마 뒤면 너는 배울 거야
햇볕도 너무 많이 쬐면 탄다는 것을
그래서 너는 누군가가 꽃을 가져오길 기다리는 대신
네 자신의 정원을 가꿔서
네 자신의 영혼을 장식하게 될 거야.
너는 배울 거야
너는 정말 견뎌낼 수 있다는 걸
너는 정말 강하고
너는 정말 가치가 있다는 걸
너는 배우고 
또 배울 거야
이별을 할 때마다, 너는 배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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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시 888번(Quatrains 888) - Jaiaiuddin Rumi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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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는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두 번째 시는 사랑하는 이를 숭앙하는 마음이 담겼어요. 두 시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딸에게 독립성을 권면하고, 여인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의존하겠다는 숭상의 마음을 드러내지요. 우리의 심장은 독립과 의존, 이렇게 두 가지의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죠. 현실을 살아내는 아폴론적 활력과 그 이면의 어두움을 가진 디오니소스적 소외와 상실을요. 

어제는 회원님들 작품 합평을 하기로 한 날이었지만, 소출이 없는 날이어서(교수님 표현) 교수님의 번개 특강이 이루어졌습니다. 일곱 편의 시를 가져다주시고 시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또 명강의를 들려주셨습니다. 위에 적은 두 시는 미국과 인도 여성작가의 시인데요. 모두 교수님이 직접 번역해주신 거였어요. 정말 좋지요!
플라톤의 시의 추방론을 아시나요? 그의 저서 <국가>에 보면 시를 추방해야 한다고 했는데 교수님의 추론으론 그 역시 시를 너무나 사랑하였기 때문에 그것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을 거라고 합니다. 철학자가 꿈꾸는 이데아의 세계에서 절망을 노래하고 불온하며 나약한 시는 추방되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다양한 이질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그런면에서 시는 우리에게 꿈꿀 권리를 준다고 말입니다. 

교수님께서 자료를 나눠주시며 전에 강의했던 내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처음 보는 자료였어요. 제가 잠실반에 들어오기 전에 강의를 하셨나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디선가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아주 아주 조금 드는 거예요. 뭐 인터넷 서핑하다 읽었나 싶었는데 혹시나 하여 집에 와서 지난 자료를 살펴보니 작년 12월 9일에 위의 시를 가지고 강의를 해주신 것을 알았습니다.(저의 망각 능력..ㅠㅠ)  그러나 제가 메모한 것을 보니 어제 수업과는 다른 이야기가 적혀있었어요. 역시 우리 교수님의 인문학 세계는 넓고 깊습니다. 이런 복습은 대환영이지요. 또 한 시간 반의 강의는 순식간에 지나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다음 주는 예정대로 교재에 실린 다섯 편의 수필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미리 읽어오시길 바라고요. 이번 한 주간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홍정현   20-08-01 12:59
    
아하. 그거였군요.
저도 어디선가 읽어본 기억이 났거든요. ㅋㅋㅋㅋ

강의를 들을 땐 뭔가를 분명 듣고 가슴에 새기고.....그런 것 같은데 바로 다음날이 되면
백지상태가 되어버리네요.
뭘 공부했지? 라고 스스로 물어보니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그저 텅빈 웃음만 지을뿐입니다.
비가 계속 오려나봐요.
큰 사고없이 이 비가 지나가길 바랍니다.
비때문에 김성은 샘이 강의실에 못 오시는 일이 없도록.
     
김성은   20-08-04 13:32
    
홍정현 선생님, 이제서야 댓글에 답변을 올리네요. 잊지않고 소감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장마가 해도해도 너무 길지요... 얼른 이 길고 긴 장마가 끝나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