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열매들의 짙은 향기를 가슴에 품고 가을이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얇은 바바리 깃을 세우고 걸으면 좋을 그런 날씨인데 옷을 허술하게 입어서
따끈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아침, 이런 날 ,지난 시간에 이은 괴테 공부,
로테와 베르테르 이야기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끊어지지 않는/마법의 작은 실에/사랑스러운 헤픈 소녀가/나를 내뜻에도 없이 묶어 놓는다오/그녀의 마법의 원 속에서/ 삶은 이제 그녀 방식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소,/아 엄청난 변화여!/사랑이여, 사랑이여, 날 풀어주오!
괴테가 약혼녀에게 바친 시: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마지막 3연
‘마법의 작은 실’이라고 표현한 괴테의 사랑의 시 한 구절에 마법에 걸린 듯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랑의 상처가 없는 청춘을 보냈다면 죽어버려라?고 말씀하신 사부님의 농담 섞인 진실한? 한마디에 술렁거렸던 교실...분명 아무 상처없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누구일까요?라고 교실을 휘익 돌아보시는데 저는 크게 여쭙고 싶었어요. 교수님 젊은 날 사랑의 상처 한 개만 꺼내보시라고..ㅎ그러나 꿈틀거리던 질문은 입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강의에 곧 집중!
1774년 25세의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은이들이 책을 읽고 권총자살을 많이 하여 그 당시 금서가 되기도 했답니다. 친구의 약혼녀 샤로테 부프를 사랑했고 폰슈타인 남작의 아내인 7년 연상의 슈타인 부인을 사랑하기도 한 경험들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스며들어 있는데 7번이나 읽은 나폴레옹은 괴테를 만나 결말이 맘에 안든다고 하자 “폐하께서 결말이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지는 몰랐습니다”라고 대답...
시대를 초월한 걸작? 괴테는 스스로 말하길 “시대 여하를 막론하고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처럼 많은 고뇌와 숨은 불만, 그리고 삶에 대한 권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인간에게는 이 사회와의 불협화음, 그리고 자신의 천성과 사회조직 사이의 갈등이 정말로 많지요. 그러므로 <<베르테르>>가 오늘 처음으로 출판된다고 하더라도 신기원이 될 겁니다.” “....행복이 방해받고 활동이 저지당하고 소망이 채워지지 않지. 이것은 어느 특별한 시대에 한정된 결함이 아니고 모든 개개인에게 나타나고 있는 불행이야. 그러므로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베르테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쓰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한 번쯤은 있는 법이야. 만약 이것이 일생 동안에 단 한 번도 없다면 오히려 곤란하기 그지없는 일이네.” (2,543-545).
***LA에서 임교수님을 만나러 오신 분이 저랑 친한 친구 동네 살고 계셔서 깜놀했습니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아요.
맑은 가을 날, 멋진 가을날, 다음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다시 만나요.
워싱턴의 유양희 선생님의 멋진 평론도 기대합니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