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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사는 곳(종로반)    
글쓴이 : 봉혜선    19-09-24 20:51    조회 : 2,245

문화인문학실전수필(09.5/19, 목)

-사랑이 사는 곳(종로반)

1. 사랑이 사는 곳

사랑이 있다면, 만약 사랑의 원형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가. 불특정 시인, 소설가가 추정하는 곳

‘문 잠긴 빈집’ ‘알전구 켜진 장미 여관’ ‘불 꺼진 병동의 낭하’ ‘바닷가 비누 거품으로 만들어진 관속’ ‘이국(異國) 모로코의 쇠락한 골목’이나 ‘안개 낀 12개의 산비탈 어디쯤’ ‘찔레 덤불 아래 엎어놓은 사기 사발 속’ ‘둔황(敦皇)의 허름한 여관방’ ‘쇠북소리 들리는 내속리 마을’이거나 ‘별들이 우르르 몰려간 곳’ ‘먼지가 꽃처럼 떠다니는 회전문의 출구’.

#여기서 잠깐. 위 인용 글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작품은?

기형도(빈집), 마광수(가자 장미여관으로), 에드거 알란 포우(애너벨 리), 줄리앙 뒤비뷔에(페페 르 모코), 밥 딜런(세찬 비가 내리려 해), 그 밖에 윤후명, 송찬호, 윤제림, 박범신, 이경임...)

나. 어떤 수필가가 추정하는 곳

북극의 유빙(流氷). 펜 로즈의 무한계단 위, 뫼비우스 띠의 배면. 닿을 수 없는 안개의 중심, 끝없이 확산하는 동심원의 언저리, 성긴 눈발 흩날리고 귀신 울음소리 들리는 자작나무 숲. 넙치 무리가 무덤처럼 엎뎌 있는 늦가을 수족관. 퇴화한 쥐 눈의 가오리가 풀썩 먼지를 일으키며 파묻히는 모래톱. 시간과 또 다른 시간이 맞물리는 협곡의 조야(粗野)한 틈새…. 아무튼 어디 먼 곳에, 그곳이 어디든!

다. 그러니까 사랑은 어디에?

처음에야 누구에게든 사랑의 형상이 시퍼런 깃발처럼 펄럭이고,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기도 하지, 유령처럼.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들더군, 알다시피. 몇 가닥 불씨가 구슬피 저항하다 바스러지더라니까, 불량 과자처럼.

2. 반원 글 합평

 한잔 어때ㅡ봉혜선

술이란 앙버티기이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쓰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시는 외로운 몸부림이다. 술 한잔이 작자의 곁에 있는 친구라는 고백 글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숙취가 덜어지겠다. 술을 마시는 건 세상에 참가하려고 힘을 한 번 내 보는 일이다.

3. 종로반 동정

-신입 회원(기젤라/주복희/이기식)

바람 부는 쪽으로 글 바람이 따라 부는 계절이다. 안으로 옷깃을 여미듯 내면을 향한 바람을 제대로 맞고 싶은 신입이 당도했다. 역시 마법 학교의 학생들은 다르다. 범상치 않은 신입 세 분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풍성한 글밭을 일구시기 바랍니다.

-강정자님 귀국

여름 동안 도미해 자리를 비우신 강 작가님. 많이 기다렸습니다. 미소만큼이나 푸근한 여행기와 체류기로 집 지킨 회원들의 갈증을 풀어주세요.

-글 창식 교수님 생일 축하.

하루 앞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두셋이 빠졌어도 교수님 이름 석 자를 바라고 오신 신입이 있어 그득 찬 자리의 풍성함이 추석 연휴 기간 그립던 강의실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920년 전부터 여기에 우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안해영   19-09-24 21:02
    
가을바람을 타고 종로반을 찾아 글 밭을 이끌어 갈 새로운 회원님들 환영합니다.
마음에 쌓여있지만 풀어내지  못했던 글  마음에만 간직하지 말고 글로 풀어 원고를 메워 주기 바랍니다.
내 글은 네 글처럼, 네 글은 내 글처럼 나누어 읽으며 옥의 티끌을 찾아내듯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티끌을 찾아냅시다.
어디에 내놓아도 확실하게 읽힐 수 있는 글이 되도록 원고지 메워 옵시다.
윤기정   19-09-24 22:21
    
사랑은 그 자체이지 원형이 따로 있고 변형이 따로 있을까? 자리 같이 하지 못햇지만 한 마음으로 '시기' 생신 축하합니다. 신입 문우님들 환영합니다. 아침이면 왕대추가 서너개씩 떨어져있습니다. 글도 저절로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 따위 소리하면 대추에게 혼나겠지요. 비바람 다 견뎌내고 태픙도 견뎌내고 이슬로 햇빛으로 인고의 시간으로 빚어낸 열매인데 저절로 매달린 것처럼 여기면 안되겠지요. 오랜만에 후기 만나서 반갑네요.
김순자   19-09-28 06:06
    
사랑의 원형이 사는 곳.  싹이나고 예쁜 꽃이 피고 잘익어 열매 맺고 싹을 품은 씨앗으로 떨어져 다시 탄생 하는  곳,  곤충이나 동물, 모든 생명체가 살아 있고 번식 하게 하는 에미 에비의 마음 속에 있지 얂을까. 

가을이 오니 할  일은 많아지는데 망상은 금물,  하지만 그  망상으로 내가 자라는데~~~
말로써 일하지 말고 일로써 말하시오,
 그림을 그릴 때 자주 새기던 말이다.  그 생각은 조금 접고 말부터 잘 하도록 노력해야지.
풍성한 가을 신입 세분이 오셔서 같이 공부할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
기젤라   19-10-07 10:58
    
가을이 와서인지 가을에 태어나서인지
삼라만상에 머무는 시선마다 사랑이라 착각하고싶은 제 자신에 화가나
그 시선을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가위질에 정신이 없던 요즈음이었는데,
글창식선생님 글을 읽게되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인생은 착각이라 하지만 얼어버린 심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는 어쩔 수 없는 어린이인가 봅니다.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