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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럭이와 피말이    
글쓴이 : 오영임    22-05-21 21:56    조회 : 1,851

버럭이와 피말이

 

                                                                                             오영임

 

나는 버럭이일까, 피말이일까?” 라는 제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 일요일 성당 주보 토닥토닥 마음 길잡이쪽에 실린 이서원 프란치스코의 글이었다.

그는 기질이 뜨겁고 강한 사람, 버럭버럭 화를 잘 내는 사람, 천성이 급하고 강한 사람버럭이이고, ‘기질이 차갑고 강한 사람, 피를 마르게 하는 사람, 천성이 차분하고 강한,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오래도록 분을 풀지 않는 사람을

피말이’ “라고 지칭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버럭이와 피말이가 꼭 우리 집 이야기 같았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버럭이를 닮은 나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방에서 나가는 남편

피말이 덕분에 잠에서 깨어 한동안 뒤척이다 일어났었다.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피말이는 작은방에서 큰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이럴 거면 좀 늦게 일어나지

하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천천히 식사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번 식사 때마다 불러야 나올 건가

버럭이는 뜨거운 것이 슬슬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요즘 피말이는 건강 문제로 울적한 상태이긴 했다. 며칠 전에는 서울에 가던 길에 심한

멀미로 약속 장소에는 가지도 못하고, 마침 백신 휴가로 집에 있던 아들을 불러 집에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또한 안과 치료에, 요통으로 척추에 주사까지···.

깨울까?’ 아니야, 좀 기다려봐야지‘.

버럭이는 번민 중에 오래전에 들었던 큰아이 친구 엄마 말이 생각났다.

선이 아빠는 세상 근심 없는 사람 같아요, 걸음도 느릿느릿한 걸 보면요.”

버럭이는 그이의 말을 들었을 때, 혹시 피말이가 집에 오고 싶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던 일도 떠올렸다.

9시가 되었는데도 피말이는 여전히 기척이 없었다.

버럭이는 믹서기를 돌렸다. 버럭이가 아침 식사로 음료를 갈아 마시는 것을 피말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위이잉~ 위이잉~”

믹서기는 신나게 돌아가는데, 버럭이의 마음은 점점 더 답답해졌다.

오늘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겠어.’

라고 마음먹고 버럭이는 청소기를 들었다.

어느새 시간은 열 시를 향하고 있었다.

부웅~ 부웅~”

버럭이는 청소기를 끌고 안방에서 거실로 다니다가, 문득

혹시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버럭이는 작은 방문을 확 열었다.

그때까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다행히 피말이가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뜨겁게 올라온 버럭을 쏟아내고 싶지만, 행여나 다툼이 될까 싶어 애써 눌렀다. 피말이는 버럭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

밤잠 설쳤다는 얘기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 그래, 피말이지

빨갛게 달아오른 버럭이의 마음을 실바람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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