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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요, 크래커!    
글쓴이 : 김학서    21-08-17 08:48    조회 : 3,054
   21 고마워요 크래커.hwp (80.5K) [0] DATE : 2021-08-17 08:48:55

고마워요, 크래커!

김 학 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면서 감정을 소모한다. 그런 줄 알면서도 어제 내가 그랬다.

"발열 체크하고 QR 코드 인증하세요".

코로라 사태 이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말이다. 또한 어디를 가든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매주 목요일 오후에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 도서관 안내 자원봉사를 간다. 4월 초부터 했으니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어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갔다. 보통은 거기서 발열 체크와 QR 코드 인증을 하고 3층 도서관으로 간다.

발열 체크 기계에 손바닥을 대니 온도는 36.4라는 숫자가 표시되고 '정상입니다'라는 기계음이 나왔다. 이어서 핸드폰 카카오에서 QR 코드를 찾아 인증 기계에 대니 "인증되었습니다"가 아니라 "인증 정보가 없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그럴 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다시 QR 코드를 댔으나 역시 똑같은 말이 들렸다.

"인증 정보가 없습니다."

그때 데스크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일어서며

"어제도 어떤 사람이 QR 코드를 대니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라고 하며 다시 시도해보란다. 세 번째로 QR 코드를 댔으나 마찬가지로 같은 소리가 반복되었다.

"인증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자 그 여직원은 말했다.

"QR 코드로 인증되지 않았으니 옆에 있는 종이에 인적 사항을 적으세요."

그 순간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런데 내 감정이 폭발하도록 기름을 부은 건 여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나이 많은 남자분의 말이었다.

"우리도 윗사람이 시켜서 하는 것이니 종이에 인적 사항을 기록하세요." 거기에 더해 덧붙였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아저씨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결국 내 입에서 감정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목소리 톤을 높여 쏘아붙였다.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판단해서 처리하세요."

이후 별 의미도 없고 생산성 없는 입씨름을 반복하다가 3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서도 발열 체크와 QR 코드 인증을 할 수 있었다. 다만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3층에 있는 인증 기계에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대니 '인증되었습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QR 코드 인증이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분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기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내 핸드폰을 대보니 정상 처리되는데요.“

그리고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을 반복했다. 나도 내 핸드폰을 다시 대보니 이번에는 '인증되었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왔다.

기계가 오작동할 수도 있다는 걸 서로 이해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조금만 있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이후 또, 다시 그분과 나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라고 옥신각신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로 언쟁이 발생해도 일단 시작되면 깔끔하게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결국 편치 않은 기분으로 3층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사실 내가 두 달 전부터 여기에 왔으니 그분은 내가 왜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수업을 들으러 온 일반인이 아니라 자원봉사 근무자라는 것을. 그런데도 굳이 윗사람이 지시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을 했다. 난 그게 듣기 싫었다. 그래도 참아야 하는데 내 입장만 생각하고 그렇지 못했으니 사달이 난 것이다.

오후 430분경 직원인 듯한 젊은 여성이 내게로 다가왔다. 도서실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거리를 갖고 왔다는 것이다. 5시 자원봉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문득 2층에서 별일도 아닌 걸로 언성을 높였던 일이 떠올랐다. 그냥 지나쳐도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여직원이 갖다 놓은 간식거리 중 크래커를 한 봉지 들고 2층으로 갔다.

그분은 자리에 없었다.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이 다시 나타난 나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조금 전에 별일도 아닌 걸로 "언성을 높여 미안했다"라고 사과하려고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크래커'를 내밀었다순간 여직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말했다.

"지금 식사하러 가셨는데, 들어오시면 말씀과 크래커를 꼭 전달할게요."

다툼의 원인을 제공해서 찜찜했는데, '정말 다행이다'라는 표정이 스쳤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니 집으로 가는 열차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안 맞으면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오늘은 무슨 횡재야! 먼저 사과한 덕분이겠지.

때맞춰 크래커를 갖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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