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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    
글쓴이 : 정희영    21-08-12 10:12    조회 : 2,693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hwp (172.5K) [0] DATE : 2021-08-12 10:12:28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

 

정 희 영

 

 

  “어머니, oo 이가 눈을 잘 맞추지 않아요.”

  큰아이가 다섯 살쯤, 어린이집 교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대답은 하는데 눈을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중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차마 남의 집 자식 병명을 추측하여 말하기는 어려웠던지 그 조심스러움이 전화기 너머까지 전해져 왔다.

 통화를 끝내고 자갈밭에 트럭이 달리는 소리가 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들을 불러보았다. 과연 대답과 동시에 쏜살같이 달려오는데 나의 눈을 바라보지 않은 채였다. 그날 이후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사람과 눈 맞춤을 하지 않았다. 장난감 놀이를 하면서 나에게 말을 붙일 때는 놀잇감에 시선이 가 있었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는 한 곳에 멈춰 있지 못하고 이 방 저 방,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때나 놀이를 할 때, 잠이 와 징징대거나 울 때도 아이는 나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평소 걱정이 많아 작은 것도 터질 듯 불어놓은 풍선처럼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 성격이 그러하니 온갖 병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육아서를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고 전문가들의 책을 읽으며 아들의 상태를 병명에 끼워 맞춰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에 딱 들어맞는 증상은 없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폐 아동이 가지는 공통적 특징 중에 눈 맞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폐 아동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눈 맞춤이라는 의사소통 선수 조건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던 점은 자폐 아동과 달리, 눈 맞춤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었다. 의사소통도 잘 되어서 걱정할 만한 병은 아니지 싶었다.

  왜 사람의 눈을 바라보지 않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 아들은 유독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되새기게 할 때가 많았다. 시장에 자주 데리고 나갔는데 순대 가게 아주머니가 순대를 썰 때 칼질하는 모습을 흉내 내고, 어묵을 사 먹을 땐 어묵이 꽂힌 나무 꼬챙이를 입에 가져갔다가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시늉을 해서 놀라게도 했다.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던 아빠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따라 해 남편이 몹시 겸연쩍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흉내쟁이가 바쁘고 지친다는 핑계로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고,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아이를 위해 시장보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으로 데리고 다녔다. 아무리 바빠도 하던 일을 멈추고 눈높이에서 시선을 맞추고 이야기했다.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거치더라도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습관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한다는 것은 소통의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내가 달라지자 나의 모습을 또 그대로 따라 했고, 그 해가 지나기 전 자연스레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눈 맞춤이 소통의 시작이자 너와 나의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내게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깨어 있는 시간은 휴식 없이 온통 육아에 저당 잡힌 기분에 지쳐나갈 지경이었다. 큰아이는 유난히 까탈스러웠다. 신생아 때는 밤낮이 바뀌어 울어대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 깊은 잠을 자지도 않았다. 호기심이 많아서 서너 살이 되자 집안의 모든 것을 헤집고 다니는 통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두 살 터울의 동생까지 생겼을 때는 화장실도 아이를 안고 다녀야 할 만큼 힘들었다. 눈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읽고, 나의 마음을 전할 여유가 없었다.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전달이고, 내 마음대로 직진이었다. 몸을 튼튼히 하고 키를 자라게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따라쟁이라 무심코 내 모습을 흉내 내었다는 생각보다 세상을 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한없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려오지만, 너무 늦지 않아 다행이었고 어린이집 교사의 말이 내 귀에 닿아서 감사한 일이다. 눈을 바라보는 것, 눈빛을 나누며 대화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이자 너의 감정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함이다. 오늘도 다 자라 대학생이 된 녀석의 눈을 보며 말을 한다.

근데 엄마, 눈이 왜 빨개요?”

마음을 읽는 게 힘들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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