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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의 꿈    
글쓴이 : 김시현    20-09-28 18:14    조회 : 2,950
   보스턴의 꿈.hwp (16.5K) [0] DATE : 2020-09-28 18:23:32

 

!”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들판에 내려앉았던 한 무리의 새 떼가 날아오르듯 선두가 출발한다. 연이어 다음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통과한다. 운동화에 기록을 인식하는 칩을 장착하고 앞가슴과 등판에는 배번을 붙였다. 시선을 멀리 보내며 긴장감을 조절한다. 반환점을 돌아 42.195km를 완주할 때까지 힘이 안배되도록 심호흡을 한다.    

20003월에 다니던 직장에서 마라톤회원 모집을 했다. 마침 건강 달리기를 취미 삼아 하던 중이어서 관심이 생겼다. 건강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입했다. 회원은 10명으로 구성되었고 여성 회원은 나 혼자였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부담이 반반이었다. 맘속으로 토끼와 거북의 경주를 떠올렸다. 토끼처럼 민첩하지는 못해도 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라도 완주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기모임은 매주 목요일에 있었다. 반포 잠수교에서 출발하여 동호대교 5km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가 내 마라톤의 시작이었다. 운동화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뛸 수 있는 것이 마라톤의 장점이자 매력이었다. 달리기는 피곤했던 몸을 회복시켜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훈련량이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지 않고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몸에서 나는 기운과 소화력이 좋아졌고 달고 살았던 감기도 벗어날 수 있었다. 왜 마니아들이 마라톤을 열광하며 올림픽의 꽃이라고까지 하는지 체험하게 되었다.  

세계의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마라톤을 뛰지 않는 나라도 있다.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이다. 그들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의 마라톤 평원에서 치러졌던 제2차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졌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지중해 상권과 무역이 발달한 아테네를 손아귀에 넣고 싶어 3만여 대군을 이끌고 페르시아가 진격했다. 이에 대항한 그리스군은 조국에 대한 헌신으로 9천여 명의 군대로 전력투구했다. 결국, 페르시아는 패전하고 승리의 여신이 그리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그리스 청년 페이디피데스전령은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40km나 되는 거리를 지속주(持續走)로 달렸다. 그러나 필승의 낭보를 전하고는 숨지고 말았다. 그 후 그리스 마라톤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마라톤 경기가 생겨났고 제1회 근대 올림픽인 아테네 대회에서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란은 조상들의 패전을 기념하는 마라톤을 선뜻 뛸 수 없었다. 그래서 1974년 제7회 이란 아시안 게임에서는 마라톤 종목이 제외되기도 했다. 최근 20174월 이란에서 처음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직장 마라톤 대회를 기점으로 대회에 나가면서 체계적인 마라톤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라톤 온라인사이트에 들어가 매일 훈련일지를 기록하였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여 훈련에 매진하였다. 대회와 훈련에 탄력이 붙자 한 달에 한 번 나가던 대회로는 갈증이 났다. 하루라도 마라톤을 뛰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었다. 주말마다 하프와 한 달에 한 번 풀코스 대회를 신청하여 갈증을 풀었다. 연풀 대회도 신청하여 나의 한계에 도전도 해보았다. 한강을 한 바퀴 도는 52Km 울트라 대회도 나가 우승의 꿈도 이뤘다.

린  만큼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묘한 카타르시스에 빠져 멈출 줄 모르는 위험한 망상에 사로잡혔다. 대회 32km 지점에서 심한 다리 통증이 왔다. 사람들의 만류에 결국 완주를 포기하였다. 그런 후에도 더 멀리 뛰기 위해, 더 빨리 뛰기 위해 여러 차례 대회에 출전 표를 던졌다. 

무조건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몸이 먼저 반응하였다. 어느 날부턴가 손발이 퉁퉁 붓고 종아리의 부기가 빠지지 않았다. 고심 끝에 병원을 찾았다.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여 제2의 심장인 종아리에 문제가 생겼다. 피를 원활하게 보낼 수 없어 생긴 후유증이었다. 거기다가 빈혈이 심해 영양결핍에 걸린 북한 사람보다 더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마라톤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조금만 늦게 병원을 찾았으면 생명에도 위험했다고 겁까지 주었다. 지독한 영양실조와 빈혈로 폐경이 되도록 무리를 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던 훈련을 전격적으로 멈추었다. 일주일간 피 주사를 맞고 6개월간 꾸준히 정상 수치가 돌아올 때까지 빈혈 치료를 했다. 경차만큼의 체력으로 대형차를 꿈꾸었던 것이 불찰이었다. 한때는 국내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한 성취감이 생기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픈 꿈도 있었다. 보스턴 시내를 달리는 꿈을 상상하며 훈련이 힘들 때마다 채찍질했지만,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보스턴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마라톤을 시작할 때의 꿈은 건강과 완주가 목표였다. 그 꿈을 이루었고 또한 잃기도 하였다. 실패를 통해 내게 필요했던 도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했다. 앞만 보고 달려갔던 인생에서 멈출 때 비로소 보인다.’라는 말처럼 여유도 생겼다. ~’ 하는 힘찬 총소리에 발을 내디디며 온몸과 마음으로 달렸던 열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방향을 바꾸려 한다. 새롭게 만난 글쓰기를 인생의 반려로 삼고 싶다. 누군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마라토너를 꿈꾸어 보리라.





문영일   20-11-05 15:09
    
잘 읽어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 땅!  출발의 총소리가 났다.
글쓰기의 출발신호다.'
라고 끝을 맺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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