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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현선    19-08-23 12:19    조회 : 771

 

박현선

 

3백 년 전, 영장산의 마을 물방아골에 살던 이무기가 훼방꾼에 의해 승천을 못하여 마을에는 불운이 닥쳤다. 물방아골에 살던 원주민들은 이무기 위령제를 지내주면서 액운을 풀었고, 매년 음력 93일이면 마을 전통 풍습으로 산치성의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한여름 장대비가 칼날처럼 지붕을 사정없이 두둘긴다. 세찬 빗줄기를 보니 몇 년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이 마치 산을 집어삼킬 듯이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겨우내내 아침나절이면 들리곤 하였다. 옆 식당에서 휴게실 화목난로를 피울 때 쓰려고, 나무를 자르는 소리인가? 엔진톱 소리 같기도 한데. 미운 놈 울음소리 듣는 것처럼 귀에 거슬린다. 집 뒤 야산에서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올라가 보니, 남자 둘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엔진톱으로 나무를 통째로 베고 있었다. “우지직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무는 허공을 가르며 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깜짝 놀라서 잘린 밑동을 보니 수십 년 동안 땅의 양분과 물을 끌어들인 듯 나이테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나무를 자른 후 통째로 눕혀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함부로 나무를 자르는 건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신데 산에 와서 나무를 자르는 거죠?”

옆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사장님이 나무를 자르라고 했어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나무를 마구 자르면, 형사처분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나무를 베어오라고, 사장님이 시켜서 자른 거예요.”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다.

옆 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 불법으로 나무를 베는지요? 훼손된 산의 나무는 원상복구 해 줘야 해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냉정히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의심스러워 장화를 신고, 야산으로 올라가 보았다. 커다란 나무를 잘라내어 밑동만 남아있다. 폐허가 된 야산의 모습. 몸뚱어리가 잘려나간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짐승의 뼈가 흩어져 있는 모습의 바싹 마른 나뭇가지. 나무도 숨을 쉬는 생명체인데. 사람들에게는 나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생물에게는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을 텐데. 긴 세월 산과 함께하며 이 나무들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생물은 그 터전을 잃었다. 생물의 친구가 되었던 나무들. 태풍과 장마 때는 아름드리나무가 버팀목이 되어 마을을 보호해 주고 있는데, 베어내면 물이 흙과 같이 떠밀려와 주택을 덮치는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밑동이 잘린 나무를 세어보니, 삼십 그루나 되었다. 나무가 잘린 현장을 전부 휴대전화에 담았다. 옆 식당에 슬쩍 가서 보니 통나무를 잘라 만든 탁자나 의자가 있었다.

 

다음날 분당구청 민원실에 가서 영장산 밑에 사는 주민인데 나무가 수십 그루 불법으로 훼손되었다. 우천시에는 산사태 위험이 걱정되어 이렇게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민원신청서에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하여 민원을 접수하였다. 한 달이 지나도 민원 신청에 따른 회신이 없었다. 산림관리팀에 어떻게 처리되었냐고 연락했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오전 9, 산림관리팀 주무관과 팀장이 나무가 훼손된 현장을 방문하였다. 주무관은 별일 아니네요! 오히려 개발할 때 나무가 없으면, 더 좋은 거 아녜요?” 황당하여 나무를 삼십여 그루나 잘랐는데, 별일이 아닌가요? 장마 때 산사태라도 나면 주무관님이 책임질 건가요?” “? 그런 뜻은 아니고주무관의 , 이상한 태도는 뭐지?’ 의아했다.

 

이십 일쯤 지나 이매동 임야 내 수목 벌채사건으로 수사를 개시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민원인을 참고인으로 먼저 조사한다고 출석요구서가 발부되었다. 참고인으로 조사까지 받아야 하고, 왜 이런 두려운 일을 겪어야 하는지. 산림관리팀 주무관 질문에, 2시간에 거쳐 당시 현장의 모습, 베어진 나무의 굵기, 몇 그루 훼손되었나? 등의 진술을 하였다. “나무가 없는 텅 빈 풍경의 민둥산이 될 뻔했어요!” 정의로운 수사를 주문했다. 주무관은 옆 식당 사장을 조사한 후 수사 마무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짐하였다.

 

민원인에게 행정조치 결과를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아무런 민원 답변이 없다. 민원처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전화를 해 보면 주무관은 아직, 조사 진행 중이에요!”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그 후 이매동에 사는 주민에게 전해 들은 말이다. “나무 한 그루만 벤 것으로 조사를 끝내고, 종결했데요!” 수고스럽더라도 용기를 내 봤는데. 무법천지가 되어 정의는 찾아볼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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