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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오노?    
글쓴이 : 김민지    19-08-15 10:20    조회 : 767
   언제 오노.hwp (30.0K) [0] DATE : 2019-08-15 10:20:06

언제 오노?


김민지


식당에서 만난 친정아버지는 손주들 보랴 밥 드시랴 바쁘셨다. 늘 그렇듯 나와는 마주 앉아 안부를 나눌 시간도 눈 마주칠 시간도 없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온 아이들은 식당 앞에 세워진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발견하고는 신이 났다. 


“태워주까?”


“오예!”


큰아이가 성큼 올라탔다. 잘난 척 대장인 작은 아이는 내 뒤에 숨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일곱 살 손녀를 태우고, 30년 전 나를 태운 것처럼 읍내 시장 한 바퀴를 다 돌고 오셨다. 아이는 즐거운 웃음을 짓고 있다. 작은 아이는 부러운 표정으로 다음에 오면 꼭 타보겠다고 말한다. 아직은 무서울 테지. 아버지는 헤어질 시간이 되자 눈시울을 붉히셨다. 


“조심해서 잘 올라가거라.”


“얘들아 할아버지 안아드리고 얼굴에 뽀뽀도 해 드리자.”

 

괜히 아이들을 앞세워 내 마음을 전했다. 오토바이 위에 외롭게 앉은 아버지를 향해 큰아이의 등을 떠밀었다. 아버지는 싱글 웃으며 아픈 허리를 옆으로 기울여 아이의 얼굴에 당신의 얼굴을 맞추셨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안고 얼굴에 뽀뽀를 해주었다. 눈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기분 좋게 웃으셨다. 작은 아이도 뒤를 따라 할아버지 품에 안겼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나도 용기를 냈다. 아버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볼에 뽀뽀를 해드렸다. 남편도 아이처럼 웃으며 아버지를 얼싸 안았다. 아버지는 오랜 피로에서 잠시 벗어나 행복한 얼굴이었다. 어릴 적 닿기만 해도 따갑고 아프던 아버지의 검은 턱수염은 어느새 희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몇 달이 지났다. 열흘 전쯤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제 오노?”


설레는 목소리였다.


“주말에 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진 않아요. 미리 전화드릴게요.”


“아... 오토바이가 고장 나서 고치는 가게에 갔다가 애들 모자가 귀여워서 하나 사 왔다.”


“응? 오토바이를 고쳤어요? 애들 모자라니?”


무슨 말을 하려는 의도인지 몰라 되물었다. 


“수아, 오토바이 태워줄 때 씌울라고 모자 하나 샀다.”


아이들 전용 헬멧을 사놨다는 얘기였다. 전화를 끊고 나는 바빴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글공부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목 디스크에 걸렸다.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번갈아 찾으며 치료를 받았다. 일요일이 되었다. 전화벨이 울린다. 아차. 그사이 까맣게 잊은 아버지였다.


“언제 오노?” 


한 풀 꺾인 목소리였다.


“아버지, 어쩌지. 내가 목을 좀 다쳐서 차를 오래 못 타요. 미리 연락했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었어요...”


“머라카노! 우야다가 다쳤노! 병원은 가봤나?”


“잠을 잘못 잤는지 일어나니까 목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병원에서는 몇 주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 아버지 많이 기다렸을 텐데...”


“그래. 하아...”


한숨을 내쉬셨다. 


“안 그래도 어제 너희 오는 줄 알고 방청소도 깨끗하게 해놓고 애들한테 냄새날까 봐 목욕탕도 갔다 왔다. 다 나으면 꼭 온나. 막내딸 만나면 앞으로도 못 보고 옆으로만 봐도, 그래도 보고 나면 한 달은 즐겁고 그렇게 두 달이 지나면 보고 싶다.”


아버지와 다정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데,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무심한 자식은 미안하기도 행복하기도 했다.


“치료 잘 받고 다 나으면 꼭 온나. 다른 걱정 하지 마라. 알았제.” 





박재연   19-08-15 15:02
    
아버지의 마음을 참 잘 그려내셨네요~  그래서일까요, 글을 읽으면서,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를 생각했답니다.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김민지   19-08-16 16:41
    
반장님 감사합니다. 잘 해드려야 하는데 핑계가 많아져요...
문영일   19-08-15 16:14
    
이 글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동병상련. 애비의 마음이죠.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제를 끝까지 끌고나가며 대화체의  묘사가
뛰어나군요.
둘째 문단 '가고 오고'하는 동선을 다 빼셨네요.  아주 잘 되었어요
당초 부터 그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 문단에서는  아버지께  인사하는 장면 묘사가 초점이니까요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
     
김민지   19-08-16 16:43
    
때로 조언도 칭찬도...모두 감사합니다. 짧아서 고민이에요. 글이 자꾸 짧아져요. 요령이 생긴건지...문장이 두려운건지^^
김태진   19-08-15 18:11
    
민지 맘의 애잔한 마음... 그리고 합평의견 제대로 반영하는 모범생으로 손색이 없네요.
아흔셋의 아버님이 항상 하시던 '언제 오노' 그 말씀...
휴대폰을 최신 S 10으로 바꾸고서도 자주 듣지 못하는 불초한 마음!
앳띤 엄마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그나 저나 요즘 나도 우리 아들에게 '언제 오노' 한답니다. 가끔...
왜? 경상도니까요. ㅎ
     
김민지   19-08-16 16:44
    
언제 오노,에 공감해주시네요. 수업후 보내준 독려! 잊지 않겠습니다. 그 장면의 다이내믹함은 김태진 선생님만 알아주셨어요 ㅎㅎ
공해진   19-08-16 11:57
    
참 애틋하고  정감있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김민지   19-08-16 16:45
    
감정을 조절하고 글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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