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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과의 동침    
글쓴이 : 박현선    19-07-27 20:59    조회 : 860

적과의 동침

 

박현선

 

한나절이 지났을 때,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던 자동차가 분양사무소 앞에 멈췄다. 긴 생머리를 하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예쁜 아가씨가 분양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 화사한 복사꽃의 모습이다. 분양사무소 옆, 등나무 아래 앉아 면접을 했다. 이벤트 에이전시, 카드회사에 근무해서인지 명랑하고, 쾌활해 보였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 퇴근. 임금은 월 이백만 원으로 정했다. 임신계획이 있어 임신이 되면 그만두기로 하고, 일단은 3개월 정도 근무하기로 했다.

 

성격이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아 우리 부부와는 가족처럼 지냈다. 남편은 양딸로 삼을 만큼 예뻐했고, 아빠라고 부를 만큼 좋은 관계로 잘 지내왔다. 빌라공사 내부 골조는 마무리가 되었으나, 감리 때 하자가 발생하여 내부 벽을 헐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즈음 여직원은 임신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 분양사무소에 놀이 삼아 나왔다. 우리 부부는 같이 만나 식사도 하고, 여행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사는 중지된 채 시간이 꽤 흘러갔다. 지체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여직원과 그녀의 남편은 건설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배신행위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이가 나빠진 건설사에 전해주었다. 이후 우리 부부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여직원과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직원은 임금이 체불되었다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형사 건이라는데공포감에 휩싸였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증거자료를 준비했다. 그때는 여직원이 임신 중이었고, 공사가 중단된 자료를 제출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임금 체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서로 주장이 다르다고 대질을 해야 한다고 출석을 요구하였다. 조사 중, 여직원은 말끝마다 이 여자가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었다. 거짓말을 만들어 둘러대는 두 얼굴의 모습. ‘그동안 내가 적과 동침을 했구나!’

 

여직원은 조사를 받다 말이 막히면, 밑에 와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묻곤 하여도 근로감독관은 제지하지 않는다. 나는 여직원(진정인) 2명과 조사받는 기분이었다. 여직원은 휴대전화로 일상생활 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쳐하여 증거자료라고 제출, 건설사, 공사관계자들에게 근무하였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아 제출하였다. 자식같이 보듬고 경영수업, 지식을 물려준다던 남편은 호랑이 새끼를 키울 뻔했다.

 

며칠이 지나 근로관독관은 나만 더, 조사할 것이 있다고 오후 4시까지 노동청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질문한 것을 묻고, 또 묻고 시간을 질질 늘인다. 근로감독관은 저녁 식사를 하고 온다고 나가더니 1시간이나 지나서 나타났다. 오후 9시가 넘어 모든 조사가 끝났다. 근로감독관은 진술한 내용을 확인해 보라고 신문조서를 건네주었다. 꼼꼼히 손가락으로 일일이 줄을 그어가며 체크를 하다 보니, 출석하지 않은 여직원의 진술이 유리하게 바뀌어, 내 진술 밑에 슬쩍 끼워져 있었다.

나는 여기! 여직원이 출석, 진술한 것으로 되어있네요!” 보여주니, 이에 당황한 근로감독관은 ! 그래요. 내가 착각을 했나. 삭제하고 다시 복사해 줄게요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구나!’ 나는 사실과 다른 내용엔 두 줄을 긋고 한자 삭제라고 써 가며 수정하였다. 지장을 찍을 때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고, 그날로 조사는 완전히 종결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긴 시간을 끌면서 봐 주기식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살이 부르르∼∼떨렸고, ‘어떻게 경종을 울려야 할까?’ 고심하였다.

 

다음날 근로감독관에게 전화했다. 조사 때 여직원이 참석한 것으로 허위 조작한 것, 시간을 끌어 봐 주기식 편파 수사를 전부 녹음해 놨다. 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관의 부당한 조사 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다. 뜨거운 선물을 받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행동하라고 경고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어떻게 녹음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듯 다그쳤다.

 

이후 집에 도착한 검찰청 통지서에는 불기소 이유를 아래와 같이 통지합니다.” “혐의없음

입장이 뒤바뀌었다. 억울한 심정을 무고죄로 고소를 해야 하나? 아니면 오죽하면 그랬을까?’ 용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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