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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교회    
글쓴이 : 김경선    19-07-19 12:34    조회 : 3,886

21세기 교회

김 경선

 지난밤 이곳 연회장에선 얼마나 많은 고량주를 깐베이하며 들이 켰을까? 카페트 바닥과도 잔을 부딪쳤을 리 없으니 얼마나 많은 취한 사람들이 술을 쏟았을지..

 북경 21세기 교회는 21세기 호텔 연회장을 임대해 주일마다 바닥의 술 냄새와 커튼에 배인 찌든 담배냄새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 처음엔 냄새가 역해서 예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그것도 점점 익숙해졌다.

 제일 먼저 한일은 주일날 비빔밥으로 유학생 점심 해주기다. 주방시설이 없어서 각자 밥을 해서 밥통채 들고 온다. 야채, 고기 등 비빔밥에 올리는 고명은 각자 한 가지씩 볶아 간다. 야채 양이 많아서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번잡한 일인지 주부들은 다 알겠지만. 커다란 스텐 그릇에 고명과 밥을 수북하게 퍼 담고 고추장을 얹어주면 한국음식이 그리운 유학생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겁게 한끼 식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면 아침에 고생했던 일들이 눈 녹 듯이 사라진다.

 남편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화교학교를 다녔고 대만 유학으로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로 중국 어린이 심장병 수술해 주는 팀에서 봉사했다. 각지에 있는 선교사님들의 추천을 받아 심각한 아이 순으로 수술을 했다. 그 당시 보통 사람의 월급이 100위안 정도 할 때 수술비는 2만위안 이었다.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수술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의논하는데 그들은 외국인이 왜 큰 금액을 쓰는지 혹시 선전용으로 사진 찍어 보도할 것인지를 물어보았고 아니라고 하니 더 고개를 갸웃 했다. 그리스도의 박애정신을 설면 했으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아이가 오면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 씻기고 먹이고 새 옷 사 입히는건 내가 담당했다. 수술을 끝내고 퇴원하는 아이를 꼬옥 안고 잘 하지 못하는 기도도 해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한 생명을 살린다는 것에 말로 표현 못하는 뜨거움이 생겼다.

 요즘은 2자녀까지 낳을 수 있지만 그 당시는 1자녀만 낳을 수 있기에 장애아가 태어나면 고아원에 버리는 부모가 많았다. 고아원 돕는 사업도 같이 했는데 일어나지도 못하는 라이들이 선한 천사의 눈빛으로 한번이라도 잡아 달라는 표정을 하면 그 손을 안 잡아 줄 수 가 없었다. 고아원에 다녀온 날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종교가 사회주의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철저히 감시를 한다. 그래서 외국인이 자국민에게 포교활동은 금하고 있어서 매주 위장한 공안(경찰)이 자국민이 참석하는지 감시한다. 교회 앞에서 여권 검사를 하고 들어 가기까지 한다. 그래서 직접 선교 활동은 못하고 심장병 어린이 수술, 고아원 방문 등을 하며 간접 선교활동을 했다.

 중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전하며 2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편의 사업이 여의치 않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 가려 하니 제일 서운하고 아쉬운 것이 교회 생활이었다. 그때 만났던 교우들이 홍콩, 몽골, 말레이시아에 각각 떨어져 살아도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는 막역한 친구가 되었다. 외로움에 찾아 갔던 한인교회에서 하나님의 일도 하고 함께할 친구들도 만났으니 그 2년은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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